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7TH

“ 너 나 싫어하잖아. ”

외 관

작고 마른 왜소한 체격에 새하얀 피부와 머리카락, 눈동자까지.

 

눈에 띄지 않을법한 요소를 모두 갖추어 오히려 눈에 띄었다.

 

제법 친절한 인상을 주던 동그란 눈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.

븐지(@bbbj3150_3030)님 커미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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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름

히로 아인스워드 / Hero Einsworth

성 별

남성

신 장

169CM

체 중

56KG

성 격

Keyword : 조용한, 부정적인, 쉽게 포기하는, 방탕한, 불안정한.

히로는 눈에 띄지 않는 데에 실패한다.

눈에 띄지 않고 싶었다. 그랬다가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까발려질 테니까. 하지만 히로가 바란다고 해서 바라는대로 될 리가 없었다. 입만 열면 나오는 안 해, 못 해, 싫어. 어릴 때부터 무엇 하나 변한 게 없다. 안 한다면 하자고 하고 못 한다면 할 수 있다고 하고, 왜 다들 내 말을 안 들어? 주변 좋은 사람들의 다정한 손길도 히로는 그렇게 삐뚤게 받았다. 참 세상에 히어로 많다. 그런 걸 믿어? 세상을 구한다느니 사람들을 돕는다느니 그런 걸 할 수 있다고? 히로는 혼자 믿지 않는 것도 모자라 남의 희망을 함부로 폄훼한다.

히로는 이제 연애도 못한다.

.

수식어는 많고 많다. 탕아, 쓰레기, 개자식. 아무튼 나쁜 류의 모든 단어. 히로는 지난 3년 간 별의 별 연애를 다 겪었다. 졸업이 가까워졌다는 선배들과, 선배들이 졸업하고 나면 자길 모르는 후배들과, 한 달 남짓을 못 넘는 연애들. 연애 도중에도 다른 사람을 만나다 차였고, 애인을 만들어 두고도 신경을 안 써 차였고, 사귀던 애의 형제가 찾아와 헤어지라는 협박을 해서 차였고, 머글 세계를 걱정하는 소리에 짜증을 얹다가 또 차였다. 저 필요할 때만 있어달라, 저 필요 없을 땐 가버려라. 그런 히로와 사귀어줄 사람은 이제 전교에 아무도 없다.

   

   

이 모든 건 사실 히로의 허세에 불과하다.

  

무서운 것과 싫은 것의 경계는 다 흐려지고 닳아 없어졌다. 무섭다는 말 대신 싫다는 말을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간파해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. 히어로가 싫다는 말은 히어로 같은 엄마가 돌아오지 못 할까봐 무섭다는 말이었고, 희망을 믿는 사람이 싫다는 말은 결국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을까봐 무섭다는 말이었다. 웃고 한숨 쉬고 입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는 모든 게 무섭다는 말의 허세다. 너 나 싫어하잖아.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, 착한 마음은 사람을 데려가서 돌려주지 않으니까.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만 히로는, 무서워서 그랬다.

특 징

 3/29 :: 양자리 :: 우엉꽃 - 괴롭히지 말아요 :: A형

 

 

 

● 벚나무, 용의 심근, 10인치, 엄마의 지팡이.

 

짙은 고동색 끝에 금색 링 장식이 돋보이며, 보통보다 얇은 굵기였지만 단단하고 잘 휘지 않는다. 도통 히로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펑펑 폭발을 일으켜대던 지팡이를, 히로는 잘 쓰지 않는다.

 

 

 

● Hero 라고 쓰지만 히어로 라고 읽지 않는다.

 

마호코토로 출신의 마법사인 엄마가 지은 이름. 이제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였다. 모국에서는 뛰어난 마법사로 꽤나 이름을 날렸다는 엄마는, 기어이 그렇게나 입에 달고 살단 히어로를 자처했다. 어디로 갔을까, 왜 돌아오지 않을까, 어디에서 누굴 구하고 있을까. 그런 것들이 궁금해져도 히로와 아빠는 다이애건 앨리 구석의 작은 책방을 지킨다. 엄마는 그 책방 때문에 일본에서 영국까지 날아와 아빠와 살게 된 거랬으니까. 히어로가 아닌 사람은 생존이 먼저니까.

 

 

 

● 피아노를 줄인 지는 이제 1년이 채 안 되었다.

 

6학년 학기 중반 쯤부터 손목이 너무 아팠다. 안 아픈 게 이상하지, 누군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몰랐다. 히로는 불안정했고, 무엇이든 의지할 것이 필요했고, 여전히 착한 마음으로 히로를 곤란하게 만들곤 하던 친구들도 자주 바뀌던 애인들도 히로의 지나친 의존성을 모두 채워주지는 못 했던 것 같다. 그래서 피아노도 없는 학교에 가져와 매일 들고 다니던 작은 건반 모형을 매일 두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지만, 피아노라고 해서 채워주는 건 아니었다. 그래도 멈추질 못 한 거였다. 

 

 

 

● 학교 생활은 모범적으로 하는 편 아니었나?

O.W.L을 본 이후로는 공부에 관심이 뚝 떨어졌다. 원래도 관심이 없었던 거겠지만, 면피용으로나마 하던 것도 관뒀다는 얘기다. 5학년까지 성실하게 숙제라도 해둔 덕에 O.W.L에서는 그렇게 원하던대로 적당히 A만 맞았다. 더 잘 할 수 있는 걸 일부러 A 받은 건 아니었다. 히로가 매일 말하던 그대로, 눈에 띄지 않게 딱 중간만 가는 정도. 난 원래 그런 사람인가봐 라는 소리를 할 명목이 되어주어 좋았다. O.W.L 이후로는 학교도 어수선해 공부 안 해도 혼낼 사람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다.

 

 

 

● 좋아하는 간식, 싫어하는 히어로, 몇 개의 연애사.

 

그리고 1학년 때 울던 얼굴 생각이 안 날 만큼 잘 웃는 얼굴과 허공을 움직이는 손가락. 세상은 그렇게나 변한다는데 히로는 그대로다. 그 웃는 얼굴로 온갖 부정적인 말을 넘어 혼자 잘근거리는 욕 같은 것들을 씹어삼키는 일만큼은 조금 달라졌다. 선배들 사귀다 졸업하면 후배들 사귀고, 나쁜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도 다 사실이니 내버려둔다. 더는 히로와 사귀어줄 애인도 없거니와 그 성질머리에 친구들도 어쩌면 진절머리를 쳤다. 히로야... 다 살기 어려워. 너만 어려운 줄 아냐? 그래봐야 들어먹지도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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